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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어떤날엔 어떤날이 듣고 싶다...

그대를 떠나보내던 1986년의 그 날 유독 비가 내리던 추운 어느 일요일 겨울 오후였다.
이제 그만 좋은 친구로 지내자며 돌아서는 그대를 보고 너무 아쉬워 하지 말라며 내 자신을 타일렀지만 그 이후로 시간은 멈춘듯 했다.
20년이 지난 오늘은 그때 처럼 비가 오는 겨울 하루였다.
이젠 연락도 없는 오랜된 친구로 남아있는 지금 그대는 무얼하고 있을까? 
언제부터인가 한 겨울 오후 비가 오는 날이면 난 가끔 하늘을 보곤 한다.
오늘도 오랜만에 오후만 있던 일요일이었다.
(필자가 어떤날의 제목으로만 이야기를 만들어 보았다 ^^;;)






어떤날은 1986년 조동익(베이스)과 이병우(기타)가 결성한 그룹이었다. 사실 필자는 이 시기가 한국음악사의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기에 한국음악은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는 음악적으로 풍성한 시기였다. 헤비메탈의 붐으로 시나위, 백두산, 부활등이 사랑 받았으며, 들국화와 김현식, 신촌블루스도 당시 큰 사랑을 받았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도 1989년에 데뷔를 했지만 그들도 조동익과 이병우와 같이 세션으로 두각을 나타냈던 시기였다. 당시 음악을 좀 듣는 분들은 아마도 가수들보다는 세션을 보고 음반을 샀었다. 당시 음악성이 있는 가수들의 앨범의 세션과 편곡 그리고 프로듀싱까지 거의 이들의 손에 의해서 제작이 되었다.(박학기, 황치훈, 김광석, 등등) 이들 외에도 당시 유명했던 세션 및 작곡가들로는 최성원, 손진태, 함춘호, 신재홍, 박광현, 정원영 등등이었다.

그러나 어떤날의 음악은 가히 독보적이었다. 철학적인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 포크와 재즈의 크로스 오버에 프로그레시브함까지 더해져 듣는이의 감성을 자극함과 동시에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 준다. 특히 어떤날 1집의 Pat Metheny 팻 메스니의 서정성을 인용한듯 한 하늘(이병우와 조동익은 팻 메스니와 핑크 플로이드를 좋아했었다고)은 아마도 한국음악사에 컨템포러리 재즈를 도입하는 첫 시도 였으리라...

그 외에도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그 날은 강력한 락 발라드 성의 노래로 중후반부의 기타 반주가 일품인 곡으로 김장훈이 그만의 느낌으로 리메이크해 또 한번 즐거움을 주었다.

겨울 하루오후만 있던 일요일은 재즈와 프로그레시브를 넘나드는 크로스 오버 음악으로 그들의 음악성을 이 두곡으로 알 수 있는 곡들이다.

근래에 많은 비디오형 가수들로 인해 눈으로 보는 음악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가끔은 작가정신을 가지고 있는 80년대 한국 음악사의 명반도 청취해 볼 만하다. 왜냐하면 그 때의 시기가 아마도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고 소중한게 한곡한곡 작업하여 한장의 음반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앨범내에 한곡으로 만 승부하려는 일부 가수들이 아닌... 그래서 앨범에 있는 노래 하나 하나가 소중하고 애착이 가는 그런 음악들이었다.

그러기에 어떤날의 1집은 대중음악 100대 명반 4위에 링크 되었다. 나이 어린분들도 한번 꼭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당시의 음악과는 전혀 다른 세련미가 철철 넘치는 음악과 만나게 될것이다...

또한 지금은 거장의 반열에 우뚝선 영화음악가 겸 기타리스크 이병우의 초창기 음악을 듣는것도 유익할 것이다...